여행 (2006. 12. 27) 옛글모음(2006.05-2011.10)

여행

 삶은 긴 여행과 같다.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이 있는 반면 부침이 심한 굴곡도 견뎌야 한다. 많은 이야기를 머금고 있는 여행이 그렇듯 우리의 삶은 이야기의 연속이다. 많은 꿈을 지니고들 산다. 그것을 현실화해 즐기는 사람도 있고, 미래를 꿈꾸는 이들도 있다. 아쉽게도 이미 끝나버린 꿈을 가슴 속에 아련하게 간직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삶은 모습은 달라도 모두다 꿈을 품었다는 점에서 같다. 그들이 꿈을 키우는 것은 다름 아니다. 그것을 통해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고,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땐) 과거를 추억하며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루지 못한 꿈에 마냥 행복해할 수는 없다. 성취하지 못했다는 '꼬리말'을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말이야'라며 술기운에 객기를 부릴 수는 있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그저 술기운을 빌려 표현한 아쉬움일 뿐이다. 행복은 결과가 중요하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그저 허망한 위안일 뿐이다. 이데올로기다. 세상은 언제나 결과를 묻는다. 과정은 묻지 않는다. 결과가 과정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은 고달파진다. 남들에게 '과정'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은 고달프다.

 긴 여행은 삶과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난한 여정의 어려움은 그 여정의 지난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달 할 수 있는지 여부의 불확실성에 있다. 제 아무리 힘겹고 고된 여정이라 한 들 결말이 보이는 여정은 시간이 지날 수록 희망을 키워가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은 희망을 상쇄시키고, 의심만을 키워간다. 따라서 긴 여정은 과정의 치열함과의 싸움이라기 보다는 결말에 대한 의심과의 다툼이다.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확실하다면 그 곳에 닿는 여정이 힘겨울 진정 안타깝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안타깝기 보다는 불쌍할 것이고, 그 여정을 행한자는 매우 초라해 보일 것이다. 마치 12월에 비에 젖은 다리가 셋인 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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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lacebo 2006/12/27 22:48 # 답글

    형님의 앞길에 햇살만 가득하길... ㅋ
  • 재원홀릭 2006/12/31 16:32 # 답글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
    .
    첫 출근 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
    .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제가 좋아하는 시, 정채봉 <첫마음>의 일부 구절입니다.
    '좋은' 기자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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