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가니,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같은 현실을 꿈꾼다 외딴방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같은 현실을 꿈꾼다 / 2man0/ 2011.10.04
 
어두컴컴한 극장에 앉아
도가니를 본다.

 세상을 듣지 못하는 소녀를 향한 중년 교장의 더러운 시선에 극장 안은 분노와 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누구는 나지막하게 욕을 하고, 누구는 속에서 꿈틀거리는 분노를 알아들을 수 없는 짐승의 언어로 내뱉는다. 공포 영화를 보다 비명을 지르는 일은 흔하지만, 이처럼 영화 속 등장인물을 향해 욕을 하는 경우는 새삼 낯설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충격적이라며 입을 모은다
. ‘이런 일이 있었다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재수사를 촉구하는 인터넷 청원이 잇따른다. 민심 파악하는데 발 빠른정치인들은 뒤늦게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책임소재를 따진다. 결국 (수사를 진행했던) 사법당국은 재수사를 천명했고, (관할 감독 기관인) 교육당국은 폐교 절차를 밟겠노라고 밝혔다.


 충격적인 건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 아니다
.
외려 영화 한편으로 분노의 도가니가 된 우리 사회가 더욱 충격적일 뿐이다. 영화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혹은 영화 도가니를 통해서 뒤늦게 알려진 사건이 아니다. 사건 발생부터 관련자의 사법처리 결과, 그리고 그 결과의 적정성을 논하는 기사는 이미 수차례 조명이 됐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언론사의 과거 기사를 검색할 수 있는 카인즈 홈페이지를 검색해도 기사는 수 없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 마치 몰랐다는 듯이 분노하고 있다. 몰랐을 수도 있겠다. 깊이 알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내뿜는 분노는, 사건 발생 이후 수년 동안 철저히 무관심했던 것에 비하면 넘친다. (분노가 부적절하다는 뜻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 사회가 혹은 개개인이 무의식중에 갖는 도덕적 채무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우리는 좀더 분노하고 좀더 표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그 영화로 촉발된 분노를 통해 과거에 알지 못했던 사건을 해결하는, 현실로의 영화를 꿈꾸는 것이다.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도가니를 통해 재조명되기까지
6년이 넘게 걸렸다. 찾아보면 많을 또 다른 광주인화학교 사건 혹은 전 국민이 분노해야 할 사건은 몇 년이 더 걸릴까? 어떤 계기로 알려질지, 아님 은폐된 채 사그러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2011.10.04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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